일요일 오전, 승객과 승무원 약 270명을 태운 여객선이 키프로스 북부 키레니아(터키어명 기르네) 항을 출발했습니다. 목적지는 터키 메르신주의 타슈주 항이었고, 배는 쌍동선(catamaran) 형태의 고속 여객선이었습니다. 선사는 필로 데니즈질리크(Filo Denizcilik). 날씨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출항 15분 만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배는 북부 해안 디아나 해변 앞바다에서 전복됐고, 일요일 저녁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최소 8명입니다. 237명이 구조됐고, 24명가량에 대한 수색이 밤을 넘겨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선장을 포함해 8명을 조사 차원에서 구금했습니다.
해난 사고의 조사는 대체로 같은 두 질문으로 압축됩니다. 첫째, 배는 감항성(seaworthy)이 있었는가 — 그 항로와 그 기상에서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상태였는가. 둘째, 출항 결정은 누가 어떤 근거로 내렸는가. 15분이라는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단서입니다. 항해 중 예기치 못한 사태(exigency)를 만난 것이 아니라, 항구를 벗어나자마자 문제가 드러났다는 뜻이니까요. 선장을 포함한 여덟 명의 구금은 형사 책임을 확정한 조치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붙잡아 두기 위한 절차입니다만, 수사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분명히 보여 줍니다 — 자연의 힘이 아니라 의무의 태만(dereliction)이 먼저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한 가지 덧붙일 만한 대비가 있습니다. 사흘 전 우리가 읽은 히말라야의 재난은 규모를 자연이 정했지만, 이 사고는 규모를 사람이 정했습니다. 침몰(founder)한 배와 무너진 빙하 사이의 차이는 거기에 있습니다.
| 단어 | 발음 | 뜻 |
|---|---|---|
| founder | /ˈfaʊndər/ | v. (배가) 침수해 침몰하다; (계획이) 좌초하다 — flounder(허우적대다)와 혼동 주의. GRE 단골 짝 |
| capsize | /ˈkæpsaɪz/ | v. 전복되다, 뒤집히다 — founder가 '물이 차서 가라앉다'라면 이쪽은 '뒤집히다' |
| seaworthy | /ˈsiːwɜːrði/ | adj. 감항성(堪航性) 있는, 항해에 적합한 (-worthy 계열: airworthy, creditworthy, noteworthy) |
| dereliction | /ˌdɛrəˈlɪkʃən/ | n. (의무의) 태만, 유기 (dereliction of duty 직무 유기 — derelict adj. 버려진, 직무를 게을리하는) |
| exigency | /ˈɛksɪdʒənsi/ | n. 긴급 사태, 절박한 사정 (exigent adj. 긴급한 — 라틴어 exigere 요구하다) |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가 8월 28일 금요일 아침, 오슬로 대학병원 릭스호스피탈레트에서 89세로 서거했습니다. 희귀 혈액 질환으로 8월 17일부터 입원 중이었지요. 재위 35년, 유럽에서 가장 나이 많은 군주였습니다. 그의 생애는 20세기 유럽사의 축약본에 가깝습니다 — 어린아이일 때 나치를 피해 나라를 떠났고, 왕세자 시절에는 평민 소냐 하랄센과의 혼인을 두고 9년을 버텨 끝내 관철시켰습니다. 이 결혼이 노르웨이 군주제를 '접근 가능한 것'으로 바꾼 분기점으로 평가되지요. 57년을 함께한 소냐 왕비와 두 자녀, 다섯 손주가 남았습니다. 왕위는 승계(accession)의 원칙에 따라 그가 숨을 거둔 그 순간 아들 호콘 8세에게 넘어갔습니다. 왕좌가 비는 공위기(interregnum)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입헌군주제의 설계가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요.
새 국왕은 9월 1일 화요일 오후 1시, 스토르팅(의회) 본회의장에서 헌법 준수 선서를 합니다. "헌법과 국법에 따라 노르웨이를 통치할 것을 약속하고 맹세한다"는 문장이지요. 노르웨이 의회의 공지는 이 절차의 의미를 명시적으로 밝혀 둡니다 — 이 선서는 노르웨이가 입헌군주국이며 군주의 권한이 헌법 조항으로 제한·규율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장치라는 것입니다. 대관식은 없습니다. 노르웨이는 오래전 대관 절차를 폐지했고, 그래서 이 나라에서 왕관은 머리에 씌워지는 것이 아니라 의회 앞에서 말로 넘겨받는 것이 됐습니다. 여기서 GRE 어휘 하나가 정확히 자리를 잡습니다 — titular(명목상의). 현대 유럽의 군주는 대부분 명목상의 국가원수이고, 실권은 선출된 정부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를 '허수아비'로만 새기면 절반을 놓칩니다. 명목상의 지위가 하는 일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 정치가 분열될 때 분열되지 않는 자리 하나를 남겨 두는 것. 하랄 5세가 35년 동안 실제로 한 일이 그것이었습니다.
| 단어 | 발음 | 뜻 |
|---|---|---|
| accession | /ækˈsɛʃən/ | n. ① 즉위, 계승 ② (조약·기구에의) 가입 — 오늘 아이슬란드 기사의 EU accession과 같은 단어입니다 |
| interregnum | /ˌɪntərˈrɛɡnəm/ | n. 공위(空位) 기간, 궐위기; (비유) 권력의 공백기 (라틴어 inter+regnum 통치 사이) |
| primogeniture | /ˌpraɪmoʊˈdʒɛnɪtʃər/ | n. 장자 상속(제) — 노르웨이는 1990년 성별 무관 절대적 장자 상속제로 전환했습니다 |
| abdicate | /ˈæbdɪkeɪt/ | v. ① 퇴위하다 ② (책임·권리를) 저버리다 (abdicate responsibility — abdication n.) |
| titular | /ˈtɪtʃələr/ | adj. 명목상의, 이름뿐인; 표제의 (titular head of state 명목상 국가원수) |
히말라야 홍수의 사망자가 일요일 800명에 이르렀습니다. 네팔에서 788명, 중국에서 16명입니다. 실종자는 3,000명을 넘었지요 — 네팔 2,502명, 중국 546명. 어제 이 자리에서 670명이라고 전해 드린 숫자가 하루 만에 130명 늘었습니다. 미국인 실종자는 약 90명이고, 그중 22명이 이샤 재단(Isha Foundation) 순례단 일행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구조 실적도 함께 읽어야 합니다 — 지금까지 7,514명이 구조됐고 그중 외국인이 227명입니다. 배리어 호수, 즉 산사태가 강을 막아 만든 인공 호수의 범람 위험은 조금 물러났습니다. 금요일 밤까지 수위가 약 10미터(32피트) 내려간 것이 관측됐고, 유엔은 위성 기술로 이 호수를 계속 감시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11명 규모의 터널 구조 정찰팀을 보냈고 중국 팀도 곧 합류합니다.
그런데 구조를 막는 것은 이제 물이 아닙니다. 현장 보도가 전하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 1.2~1.5미터 두께의 진흙이 계곡 바닥을 덮었고, 헬리콥터가 내려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악천후와 지형이 공중 구조를 반복해서 좌절시키는 가운데, 하루 약 500회의 헬기 운항이 재난 지역 전체에 걸쳐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난 대응에서 선별(triage)이라는 말은 원래 야전병원의 어휘였습니다. 자원이 부족할 때 누구를 먼저 치료할지 정하는 절차이지요. 지금 이 계곡에서는 그 선별이 의학이 아니라 지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헬기가 내려앉을 수 있는 마을과 그렇지 못한 마을이 갈리고, 그 선이 곧 생존의 선이 됩니다. 어제 말씀드린 문장을 하루 더 붙들게 됩니다. 재난의 규모는 자연이 정하지만, 사망자의 수는 대체로 준비가 정합니다. 그리고 오늘 덧붙일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 준비 중에서도 가장 값싸고 가장 먼저 잘려 나가는 항목이 접근로라는 것이지요.
| 단어 | 발음 | 뜻 |
|---|---|---|
| triage | /ˈtriːɑːʒ/ | n./v. (부상자·환자의) 중증도 분류, 우선순위 선별 — 프랑스어 trier(고르다). 자원이 부족할 때의 배분 원리를 뜻하는 말로 확장됨 |
| precipitate | /prɪˈsɪpɪteɪt/ | v. 촉발하다, 앞당겨 일으키다 — adj. /prɪˈsɪpɪtət/ 성급한. 품사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 GRE 단골 |
| inexorable | /ɪnˈɛksərəbəl/ | adj. 냉혹한, 멈출 수 없는 — 간청해도(orare 빌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어원. 어제의 ineluctable과 짝지어 외우세요 |
| untenable | /ʌnˈtɛnəbəl/ | adj. (입장·주장이) 지킬 수 없는, 옹호 불가능한 (tenere 붙들다 → tenable 유지 가능한) |
| denude | /dɪˈnuːd/ | v. 발가벗기다; (지표의 흙·초목을) 벗겨내다 (denudation n. 삭박(削剝) — 산사태가 하는 일이 정확히 이것입니다) |
그제 전해 드린 워시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이번 주가 9월 인상 여부를 사실상 판가름합니다. 잠깐 지점을 다시 세워 두지요 — 그는 인플레이션의 기저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는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했고, 선제 안내(forward guidance)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원칙은 그대로 지켰습니다. 그 결과 CME 페드워치 기준 9월 15~16일 FOMC의 인상 확률은 연설 전 3분의 1 수준에서 연설 뒤 거의 반반으로 올라섰습니다. 즉 지금 시장은 방향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방향은 알되 시점을 모르는 상태입니다. 한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관측이 이 국면을 잘 요약합니다 — 9월은 아닐 수 있지만 10월이나 12월에는 올릴 것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번 주의 달력이 곧 논거가 됩니다. 월요일 시카고 PMI, 화요일 S&P 글로벌 제조업 PMI와 ISM 제조업, 그리고 JOLTS 구인 건수, 수요일 ADP 민간고용과 공장 주문, 목요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와 ISM 서비스업 — 회의 전 마지막 온전한 데이터 주간입니다. 특히 JOLTS와 ADP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워시가 우려한 것이 수요 쪽에서 나오는 물가 압력이라면, 그것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자리가 노동시장이니까요. 여기서 한 가지 관찰을 덧붙이겠습니다. 매파적(hawkish) 메시지에도 주가는 그 주를 상승으로 마쳤습니다. 정책의 방향이 반가워서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명료함 자체에 값을 매기기 때문이지요. 애매하게 말하는 것(equivocate)의 비용이 종종 나쁜 소식의 비용보다 크다는 오래된 교훈입니다. 다만 이 국면에서 가장 위험한 자세는 확신일 겁니다 — 확률이 반반이라는 말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는 뜻이고, 낙관(sanguine)이든 비관이든 지금은 근거가 아니라 취향에 가깝습니다.
| 단어 | 발음 | 뜻 |
|---|---|---|
| hawkish | /ˈhɔːkɪʃ/ | adj. 매파적인 — 물가 억제를 위해 긴축을 선호하는 (↔ dovish 비둘기파적인). 외교에서는 '강경한' |
| equivocate | /ɪˈkwɪvəkeɪt/ | v. 얼버무리다, 애매하게 말하다 (equi+vocare 같은 목소리 → 양쪽으로 읽히게 말하기. unequivocal 명확한) |
| precipice | /ˈprɛsɪpɪs/ | n. 벼랑, 절벽 (on the precipice of ~의 직전에 — 영어권 보도가 워시의 위치를 묘사할 때 쓴 표현입니다) |
| sanguine | /ˈsæŋɡwɪn/ | adj. 낙관적인; 혈색이 좋은 — 라틴어 sanguis(피)에서. 중세 사체액설의 '다혈질'이 어원 |
| intransigent | /ɪnˈtrænsɪdʒənt/ | adj. 비타협적인, 완고한 (intransigence n. — in+transigere 타협하다) |
트럼프 대통령이 금요일 휴스턴의 NASA 존슨 우주센터에서 미국 우주사관학교(U.S. Space Academy) 설립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웨스트포인트·아나폴리스·콜로라도스프링스에 이은 미국의 다섯 번째 연방 사관학교가 되는 셈입니다. 명령이 밝힌 목적은 세 갈래를 함께 겨냥합니다 — 우주군(Space Force), NASA, 그리고 민간 우주비행 산업. 대통령은 "우주군과 상업 우주 산업의 급속한 성장, 그리고 달과 그 너머로 향하는 우리 야망의 확장"이 이 학교의 착상을 낳았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아르테미스 2호 승무원들에게 의회 우주 명예훈장이 수여됐고, 제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이 배석했습니다.
다만 이 행정명령이 만든 것은 학교가 아니라 위원회입니다. 앞으로 120일 안에 보고서가 나와야 하고, 거기 담길 항목은 이렇습니다 — 지배구조의 틀, 졸업생의 복무 의무, 학교의 물리적 위치, 그리고 필요한 입법 사항. 다시 말해 이 신생(fledgling) 기관은 아직 주소도, 교육과정도, 법적 근거도 갖지 못한 초기 단계(inchoate)에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항목이 결정적입니다 — 연방 사관학교의 설립과 예산은 결국 의회의 법률을 필요로 하니까요. 행정명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절차를 개시하고 검토를 명하는 것(promulgate)까지이고, 그 뒤는 다른 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 발표를 가볍게 볼 이유는 없습니다. 사관학교란 결국 한 국가가 어떤 종류의 인재를 국비로 길러 낼 것인가를 선언하는 제도이고, 그 선언은 수십 년에 걸쳐 인력의 흐름을 바꿉니다. 미국이 지금 국가의 후원(auspices) 아래 양성하겠다고 명시한 대상에 '민간 우주비행 산업'이 들어갔다는 사실 — 오늘 이 명령에서 가장 오래 남을 문장은 아마 그것일 겁니다.
| 단어 | 발음 | 뜻 |
|---|---|---|
| inchoate | /ɪnˈkoʊɪt/ | adj. 이제 막 시작된, 미완성의, 모양을 갖추지 못한 (↔ fully fledged 완전히 갖춘) |
| fledgling | /ˈflɛdʒlɪŋ/ | n./adj. 갓 깃털이 난 새; 신생의, 초보의 — 어원 그대로 '이제 막 날 수 있게 된' 상태 |
| auspices | /ˈɔːspɪsɪz/ | n. 후원, 주최 (under the auspices of ~의 후원 아래) — 원뜻은 새의 비행으로 치던 로마의 점(占) |
| cadre | /ˈkædri/ | n. 핵심 요원단, 간부진 — 조직의 골격을 이루는 훈련된 소수. 사관학교가 생산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
| promulgate | /ˈprɑːməlɡeɪt/ | v. (법령을) 공포하다; (사상을) 널리 퍼뜨리다 (promulgation n.) |
아이슬란드 유권자들이 토요일 국민투표에서 EU 가입 협상 재개안을 부결했습니다. 반대 52.8%, 찬성 47.2% — 총 225,031표가 던져졌고 투표율은 82.5%였습니다. 인구 40만 명 남짓한 나라에서 나온 이 투표율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이지요. 개표 초반에는 '찬성'이 앞섰지만 지방 표가 들어오면서 뒤집혔습니다. 농어촌 지역은 압도적으로 반대했고, 반대 진영이 내건 두 기둥은 주권과 어업권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2009년, 금융위기가 경제를 무너뜨린 직후에 가입을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유럽회의론 정부가 들어서면서 협상을 중단했지요. 이번 투표는 13년간 닫혀 있던 그 문을 다시 열 것인가를 물은 것이었습니다. 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다만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총리는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8년까지 EU 문제를 정치 의제에 다시 올리지 않겠다고 이미 약속해 둔 상태였습니다.
브뤼셀에게 이 결과가 아픈 이유는 산술이 아니라 서사에 있습니다. EU는 부유한 신규 회원국을 맞고 싶어 했고, 어업을 비롯한 민감한 쟁점에서 레이캬비크와 타협할 뜻까지 내비쳤습니다. 그런데도 국민투표(plebiscite)는 '아니오'라고 답했지요. 여기서 이 사건을 읽는 두 가지 방식이 갈립니다. 하나는 편협함(parochial)의 승리로 읽는 것입니다 — 40만의 나라가 5억의 시장에 등을 돌렸다고요. 다른 하나는 계산으로 읽는 것입니다. 아이슬란드 수출의 큰 몫이 수산물이고, 공동어업정책(CFP)에 들어간다는 것은 자국 배타적경제수역의 어획 할당을 브뤼셀의 결정에 넘긴다(cede)는 뜻입니다. 섬나라의 배타성(insular)이라는 말은 그래서 두 겹으로 읽힙니다 — 지리적 사실이면서, 동시에 자기 바다의 물고기를 자기가 정하겠다는 매우 구체적인 이해관계이지요. 다만 자립(autarky)에는 값이 따릅니다. 아이슬란드는 이미 EEA를 통해 EU 단일시장 규칙의 상당 부분을 받아들이고 있고, 그 규칙을 만드는 방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어제 우리가 본 어휘로 말하자면, 이 나라는 주권을 지키기 위해 발언권을 계속 포기하기로 한 셈입니다. 그것이 나쁜 거래인지 아닌지는, 물고기 값이 정할 겁니다.
| 단어 | 발음 | 뜻 |
|---|---|---|
| plebiscite | /ˈplɛbɪsaɪt/ | n. 국민투표 — 라틴어 plebs(평민)+scitum(결정). referendum과 거의 같이 쓰이나 주권·영토 문제에 더 자주 붙습니다 |
| insular | /ˈɪnsələr/ | adj. ① 섬의 ② 편협한, 외부와 단절된 (라틴어 insula 섬 → isolate도 같은 뿌리) |
| parochial | /pəˈroʊkiəl/ | adj. 편협한, 지역주의적인; 교구의 — insular와 짝을 이루는 GRE 동의어군 (↔ cosmopolitan) |
| cede | /siːd/ | v. (영토·권리를) 양도하다, 넘겨주다 (cession n. — 어제 배운 concession의 짝) |
| autarky | /ˈɔːtɑːrki/ | n. 경제적 자립, 자급자족 체제 — autarchy(전제 정치)와 철자·뜻 모두 혼동 주의 |
8월 31일과 9월 1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창설 25주년이자 회원국 10개국 정상이 모이는 자리이지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하고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함께합니다. 푸틴·모디 양자 회담이 8월 31일로 잡혔고, 두 사람의 대화는 이후 BRICS 정상회의로 이어진다는 것이 크렘린의 설명입니다. 회의는 '비슈케크 선언'을 비롯한 문서들을 채택할 예정이고, 의제의 축은 안보 중심이던 조직의 무게추를 무역·에너지·연결성으로 옮기는 문제입니다. 시 주석은 이 일정을 8월 30일~9월 3일 키르기스스탄·이집트 국빈방문과 하나로 묶었습니다 — 이집트 방문은 10년 만이고, 올해가 수교 70주년이지요. 인도와 파키스탄의 두 총리가 같은 무대에 서고, 제재 아래의 이란 대통령이 같은 선언에 서명하는 자리 — 이 조직의 성격은 이 명단 하나로 충분히 설명됩니다. 서방이 만든 틀 밖에서 유지되는 협상(entente)의 장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회의가 열리기 전날 밤, 이 그림에 균열을 내는 일이 있었습니다. 8월 29~30일 밤 우크라이나군이 레닌그라드주 키리시(Kirishi) 정유공장을 타격해 화재를 일으켰습니다. 러시아에서 처리 능력 기준 두 번째로 크고 북서부 최대인 시설로, 연간 약 2,000만 톤을 처리하며 휘발유·항공유·경유를 만들어 러시아군에 공급합니다. 시점이 특히 아픕니다 — 3월과 5월의 피격 이후 몇 달에 걸친 수리를 마치고 막 재가동을 준비하던 참이었으니까요. 같은 밤 로스토프주의 공격드론 보관·발사 시설과 크라스노다르주 예이스크 비행장이 함께 타격됐고, 밀레로보 비행장에서는 착륙유도 레이더(RSP-27)의 DRL-27 모듈과 판치르-S1 방공체계, 레이더 4기, 항공무기고와 항공탄약고가 표적이 됐습니다. 러시아도 같은 날 아침 키이우를 때려 홀로시이우스키 지구에 화재를 냈고, 오후에는 파스티우·비시호로드 지구에서 3명이 다쳤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이 전략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 차단(interdiction). 전선에서 적을 이기는 대신, 적을 전선까지 오게 하는 연료·부품·이동 수단을 끊는 것이지요. 정유공장이 표적이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두 장면을 나란히 놓아 볼 만합니다. 비슈케크에서는 25년 된 기구가 무역과 연결성을 이야기하고, 그 회담장에서 4,000km 떨어진 곳에서는 한 나라의 연결성이 밤마다 끊기고 있습니다. 패권(hegemony)의 언어와 차단의 언어가 같은 주말에 쓰이고 있는 셈입니다.
| 단어 | 발음 | 뜻 |
|---|---|---|
| interdiction | /ˌɪntərˈdɪkʃən/ | n. (군사) 보급·이동의 차단, 저지; 금지 (interdict v. — 라틴어 inter+dicere 사이에서 말하다=금하다) |
| hegemony | /hɪˈdʒɛməni/ | n. 패권, 주도권 (hegemonic adj., hegemon n. 패권국 — 그리스어 hēgemōn 지도자) |
| entente | /ɑːnˈtɑːnt/ | n. (국가 간) 협상, 우호적 양해 — 동맹(alliance)보다 느슨한 관계. 프랑스어 '이해(理解)' |
| rapprochement | /ˌræproʊʃˈmɑːn/ | n. (소원했던 국가·집단 간의) 화해, 관계 개선 — 프랑스어 '가까워짐' |
| salient | /ˈseɪliənt/ | adj. 두드러진, 가장 중요한 — n. (전선의) 돌출부 (라틴어 salire 뛰어오르다) |
오늘 도착한 세 단어는 우연히도 '말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을 세 각도에서 비춥니다. idiolect(개인어)는 한 사람만의 언어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frabjous(더없이 기쁜)는 그 개인어 중 하나가 어떻게 모두의 사전에 들어갔는지를 보여 주며, beldam(노파)은 반대로 언어가 사람에게 미리 마련해 둔 자리를 보여 줍니다. 특히 앞의 두 단어를 나란히 두면 재미있습니다 — frabjous는 1871년 루이스 캐럴이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시 「재버워키」에서 만들어 낸 말입니다. 한 사람의 idiolect에서 태어나 영어의 공용 재산이 된 셈이지요. 언어가 개인에게서 시작해 집단으로 흘러가는 그 경로를, 오늘 두 단어가 그대로 그려 보입니다.
| 단어 | 발음 | 뜻 |
|---|---|---|
| idiolect | [ID-ee-uh-lekt] | n. 개인어 — 한 사람의 고유한 말하기 방식. Dictionary.com이 고른 오늘의 단어입니다. 어휘 선택, 발음, 즐겨 쓰는 표현이 모여 만드는 그 사람만의 언어를 가리키지요. dialect(방언)가 집단의 단위라면 이쪽은 개인의 단위입니다 — 그리스어 idios(자기 자신의)에서 왔고, idiom·idiosyncrasy(특이 성향)와 한 가족입니다. 법언어학에서 저자 판별에 쓰이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Dictionary.com |
| frabjous | [FRAB-juhs] | adj. 더없이 기쁜, 유쾌한 — Word Daily가 고른 단어입니다. 1871년 루이스 캐럴이 「재버워키」에서 만든 말로, fair·fabulous·joyous가 뒤섞인 혼성어(portmanteau)로 봅니다. "그는 frabjous한 환희에 차서 소리쳤다" 같은 식으로 쓰지요. 담아 둘 수 없을 만큼 넘치는 기쁨을 가리킬 때 씁니다. 캐럴이 만든 말 중 chortle(킬킬 웃다)과 galumph(의기양양하게 쿵쿵 걷다)는 아예 표준 어휘가 됐습니다. Word Daily |
| beldam | [BEL-duhm] | n. 노파; (경멸적으로) 심술궂은 늙은 여자, 마귀할멈 — Word Genius가 고른 단어입니다. 15세기 중세 영어에서 왔고, 어원은 뜻밖에도 정중합니다 — 고대 프랑스어 bel(아름다운)+dame(부인), 즉 '할머니'를 높여 부르던 belle-dame이지요. 존칭이 세월과 함께 멸칭으로 미끄러진 전형적인 사례입니다(pejoration, 의미의 격하). 셰익스피어와 키츠가 쓰면서 문학 어휘로 남았습니다. Word Genius |
오늘 Word Smarts의 머리기사는 "15 of the Most Commonly Mispronounced Words in English"입니다 — 철자가 쉬워 보이는 단어일수록 발음이 까다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이 꼭지가 유용한 이유는 목록 그 자체보다 그 배후의 원리에 있습니다. 영어에서 발음이 어긋나는 지점은 대개 셋 중 하나입니다 — 프랑스어·라틴어에서 들여오면서 철자만 그대로 남은 경우, 강세가 품사에 따라 옮겨 다니는 경우, 그리고 철자에 있으나 소리로는 사라진 글자가 있는 경우. 오늘 뉴스 어휘에서도 정확히 이 함정이 나왔지요 — precipitate는 동사일 때 /prɪˈsɪpɪteɪt/, 형용사일 때 /prɪˈsɪpɪtət/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Word of the Day frabjous를 캐럴이 만들 때 그가 계산한 것도 소리였습니다. 발음을 정확히 아는 것은 결국 그 단어가 어디서 왔는지를 아는 일과 같은 작업이라는 뜻입니다.
함께 실린 꼭지 중 가장 뜻밖인 것은 알파벳 이야기입니다 — "알파벳에 마지막으로 추가된 글자". 우리가 노래로 외우는 26글자가 완성된 것은 17세기의 일이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글자는 Z가 아닙니다. Z는 오히려 아주 오래된 글자였고(그리스어 제타에서 로마자로 넘어온 뒤 자리만 끝으로 밀렸지요), 마지막으로 독립한 것은 J입니다 — 오랫동안 I의 변형으로만 쓰이다가 17세기에야 자기 소리와 자기 자리를 얻었습니다. 알파벳 순서라는 것이 역사적 우연의 퇴적이라는 사실을 이만큼 잘 보여 주는 예도 드뭅니다. 나머지 꼭지들도 언어를 대하는 태도가 일관됩니다 — 관용구 "nest egg"(비상금)의 유래(닭이 계속 알을 낳도록 둥지에 남겨 두던 미끼 알에서 왔고, 그래서 이 말의 핵심은 '쌓아 둔 돈'이 아니라 더 낳게 하려고 남겨 둔 밑천입니다), Z세대 은어 "rizz"의 정확한 뜻(charisma의 중간 토막을 잘라 낸 말로, 이성에게 매력을 발산하는 능력), 그리고 우리가 자주 틀리는 복수형들. 마지막 꼭지가 203개의 '좋아요'로 오늘 목록 1위였습니다.
오늘 NYRB의 머리기사는 푸르나 스와미(Poorna Swami)의 「Every Tiny Molecule of Ash」입니다 — 올해 인도를 뒤흔든 청년 봉기를 다루고, 편지 제목은 아예 "What Next for India's Youth?"이지요. 배경을 잠깐 짚어 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올해 몬순 기간에 인도의 Z세대가 전국적 시위를 일으켰고, 그 중심에는 '바퀴벌레 인민당(Cockroach Janta Party, CJP)'이라는 이름의 풍자 정치 그룹이 있었습니다. 이름의 유래가 이 운동의 성격을 그대로 설명합니다 — 인도 대법원장이 실업 청년과 소셜미디어 활동가를 "바퀴벌레"이자 "기생충"에 빗댄 발언을 하자,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아비지트 딥케가 그 멸칭을 그대로 당명으로 삼아 5월에 만든 조직이니까요. 여기에 좌파 학생 조직들과 사회운동가 소남 왕축의 지지가 결합하면서, 6월 6일부터 7월 25일까지 델리 잔타르 만타르를 비롯한 전국 거리에 수만 명이 나왔습니다. 요구는 구체적이었습니다 — 2026년 NEET 시험 문제 유출과 CBSE 채점 부정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을 사퇴시킬 것, 그리고 국가시험 제도 전반을 개혁할 것. 결과도 구체적이었지요. 장관은 사퇴했고, 몇 주밖에 되지 않은 온라인 기반 청년 운동이 모디 정부를 물러서게 했습니다.
스와미가 던지는 질문은 그 다음입니다 — "넓고 갈라져 있던 연합이 하나로 모였다. 여기서 어디로 갈 수 있는가?"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승리의 조건과 지속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단일 요구(장관 사퇴)를 중심으로 모인 연합은 그 요구가 충족되는 순간 결속의 근거를 잃습니다. 풍자에서 출발한 조직은 조롱의 대상이 사라지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새로 답해야 하고요. 이 물음은 인도만의 것이 아닙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나라에서 반복된 형태이지요 — 빠르게 모이고, 하나를 이기고, 그 다음을 설계하지 못한 채 흩어지는 것. 같은 호에는 다른 결의 글들도 실렸습니다. 루카스 애덤스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무덤에서 되살아난 영화 Coyote vs. Acme를 다루면서, 루니 툰의 코요테를 현대 자본주의의 노동 현실과 대면시키는 이 작품의 뜻밖의 애수를 짚습니다. 크리스토퍼 알레산드리니는 조지아주 오사보 섬을 찾아갑니다 — 20년에 걸친 선구적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머물던 곳이지요. 그리고 오늘이 메리 셸리의 229번째 생일이라, 아카이브에서 1989년 6월 29일 자 로버트 버나드 마틴의 서평이 무료로 공개됐습니다. 디오다티 별장의 비 오는 날 바이런과 셸리와 메리가 유령 이야기를 주고받다 프랑켄슈타인이 태어난 그 장면을 다루면서, 마틴은 유전과 환경이 어떻게 한 사람을 문학의 삶으로 밀어 넣었는지를 씁니다. 덧붙여, 9월 2일부터 매주 화요일 네 차례 다니엘 멘델존의 NYR 세미나가 열립니다 — 호메로스·사포·소포클레스·에우리피데스·베르길리우스·오비디우스를 통해 보답받지 못한 사랑이라는 주제를 따라가는 강의입니다.
오늘 All Healthy 일요판의 머리기사는 '보이스맥싱(voicemaxxing)'입니다 — 외모를 극대화한다는 '룩스맥싱'의 목소리 판본이지요. 젊은 남성들이 허밍을 하고 횡격막 호흡을 연습하고 물을 마시며 '최고의 목소리'를 만들려 한다는 이야기인데, 여기까지는 나쁠 것이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그 뒤에 따라붙는 것들입니다 — 혀를 입천장에 붙이는 '뮤잉', 목 근육 단련, 입에 테이프 붙이고 자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묶어 파는 유료 가이드와 AI 앱들이지요. 전문가들의 판단은 선이 분명합니다. 허밍과 호흡 훈련은 성악 교사들도 권하는 것이지만, 근거는 딱 거기까지입니다. 목소리에 깊이와 울림을 더하는 것은 턱의 긴장을 푸는 일이지 가이드들이 권하는 목 근육 키우기가 아닙니다. 연구를 더 따라가면 전제 자체가 흔들립니다 — 여성이 남성의 낮은 목소리를 선호하는 경향은 연구로 확인되지만, 같은 연구들이 일부러 낮게 꾸민 목소리는 매력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 주니까요. 기사의 결론은 단호합니다. 목소리나 외모, 나이 때문에 불안을 겪고 있다면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을 일이지, 내 얼굴과 몸의 '잘못된 점'을 알려 준다는 AI 앱에 돈을 낼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 일요판에서 정말 곱씹을 만한 대목은 기사가 아니라 편집자의 머리글이었습니다. 몇 주 전 아킬레스건을 다쳤다고 알렸던 편집자가 다시 달릴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를 스스로 따져 봅니다 — 독자들의 응원이었을까, 등척성 운동(isometric holds)이었을까, 아니면 시도해 본 롤핑(Rolfing)이었을까. 그리고 정직하게 덧붙이지요. 롤핑의 과학적 근거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지만, 자기는 그것이 정말 좋았고 끝나고 나올 때 눈에 띄게 나아진 느낌이었다고요. 여기서 그가 던지는 질문이 오늘 이 코너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 하는 모든 일을 끊임없이 정당화하도록 요구받고 있지 않은가 — 그것이 회복을 개선하는지, 염증을 낮추는지, 수명을 늘리는지 증명하라는 압박 말입니다. 그런 질문이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앞 문단의 '보이스맥싱'처럼 돈을 요구하는 주장 앞에서는 특히 그렇지요. 다만 때로는 "이걸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도 충분히 훌륭한 답이라고 그는 씁니다. 선생님께도 이 구분을 그대로 옮겨 드리고 싶습니다 — 누군가 내 몸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값을 매길 때는 근거를 물으시고, 돈도 위험도 들지 않는 일이 그저 기분을 좋게 한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합니다. (참고로 이번 호에는 그제 이 자리에서 전해 드린 브리검영대의 '함께 운동하는 부부' 연구가 주간 정리로 다시 실렸습니다 — 새로운 내용은 없으니 그때의 단서, 즉 상관관계 연구라는 점만 다시 기억해 두시면 되겠습니다.)